지정학 뉴스를 포지션 크기로 번역하는 법
전쟁과 제재 뉴스는 방향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크기를 정하는 문제입니다. 시나리오, 전달 경로, 허용 손실의 순서로 번역해 봅니다.
KEY TAKEAWAYS · 핵심 요약
- 헤드라인을 따라 방향을 예측하기보다 시나리오와 가격으로 닿는 경로를 먼저 적습니다.
- 이벤트 리스크는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들고 있을지의 문제입니다.
- 24시간 열리는 시장에서는 주말과 휴일의 갭 위험을 사이즈에 반영해야 합니다.
지정학 뉴스는 읽는 순간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줍니다. 그런데 막상 “그래서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를 물으면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뉴스가 틀린 것이 아니라, 질문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정학은 대개 방향을 묻는 문제가 아니라 크기를 묻는 문제입니다.
1단계: 사건을 시나리오로 바꿉니다
헤드라인은 하나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입니다. 먼저 두세 개의 시나리오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긴장이 완화되는 경우, 현재 수준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 확전되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각 시나리오에 확률을 정확히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한지, 무엇을 보면 판단이 바뀌는지만 적어도 충분합니다.
2단계: 가격에 닿는 경로를 적습니다
사건은 가격에 직접 닿지 않고 몇 개의 경로를 거칩니다. 자주 쓰는 경로는 네 가지입니다.
- 에너지와 원자재의 공급 차질
- 해상 물류와 교역로의 병목
- 제재와 결제망 접근 제한 같은 금융 경로
- 정책 불확실성이 위험선호를 누르는 경로
같은 전쟁 뉴스라도 어느 경로가 열려 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자산이 다릅니다. 경로를 적어 보면 “이 사건은 내가 가진 포지션과 관계가 있는가”를 먼저 걸러낼 수 있습니다. 관계가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일 때가 많습니다.
3단계: 허용 손실에서 거꾸로 크기를 정합니다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제 크기를 정합니다. 순서는 반대로 가야 합니다. 얼마를 벌고 싶은지가 아니라, 시나리오가 불리하게 풀렸을 때 얼마까지 잃을 수 있는지를 먼저 정합니다.
다음은 가정에 기반한 계산 예시입니다. 실제 수치가 아닙니다.
허용 손실이 자본의 0.5%이고, 불리한 시나리오에서 해당 자산이 5%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면 포지션 크기는 자본의 10%(0.5 ÷ 5)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5%라는 숫자를 어떻게 정했느냐입니다. 평소의 변동폭이 아니라, 이벤트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폭이어야 합니다. 손절 주문을 걸어 두었더라도 가격이 건너뛰면 그 가격에 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폭을 넉넉히 잡고, 그만큼 크기를 줄입니다.
시간대를 잊지 않습니다
전통 시장은 주말과 휴일에 닫히지만 크립토 무기한 선물은 쉬지 않습니다. 주말에 터진 뉴스에 전통 자산은 월요일 시가에 한꺼번에 반영되고, 크립토는 그 사이 계속 움직입니다. 내가 자고 있는 시간과 유동성이 얇은 시간에 포지션이 열려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입니다. 이벤트가 예정된 날에는 평소보다 크기를 줄이거나 노출 시간을 줄이는 것이 같은 논리의 연장입니다.
정리
지정학 뉴스를 만났을 때 던지는 질문을 순서대로 적으면 이렇습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있는가, 어떤 경로로 내 포지션에 닿는가, 불리하게 풀리면 얼마를 잃는가, 그 손실을 감당할 크기는 얼마인가. 이 네 질문에 답하고 나면 사고 팔지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가 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과 학습을 위한 개인 기록이며 투자 권유나 개인별 투자·법률·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손실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